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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의 봄[View]
주도(酒道)의 시작은
유주무량불급란(唯酒無量不及亂)
기사입력: 2021/05/12 [14:42] 동네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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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원논설위원 朴景濬

자랑스러운 우리 의학서동의보감은 성질이 몹시 덥고 쓰면서 독성이 있다. 효능은 약기운을 잘 퍼지게 하고 온갖 나쁜 기운(氣運)인 사기(邪氣)와 독한 기운(毒氣)을 없앤다. ()을 잘 통하게 하고 장()과 위()를 튼튼하게 하며 피부를 윤택하게 한다. 근심을 삭여주며 말을 잘하게 하고 기분을 좋게 한다고까지 했다

 

다만, 오랜 기간 마시거나 지나치게 많이 마시면 정신을 손상시키고 수명에 지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전(字典, 옥편)에 따르면 술()의 옛글자는 유(/닭ㆍ별ㆍ서쪽ㆍ익을 유). 본래 뾰족한 술항아리를 본뜬 글자로, 그 후 가차(假借: 임시로 빌려 씀)닭ㆍ별ㆍ서쪽ㆍ익는다 등의 뜻으로 쓰이고 파자(破字)하면 물수변(, )에 유(). ()를 가진 글자는 대개 술(), 또는 발효와 관계가 있으며 취()ㆍ초()ㆍ순()ㆍ초()ㆍ장()ㆍ산() 등이 일례로 확인된다.

 

술의 어원에 대해 육당 최남선 선생은 범어 수라(Sura: 쌀로 빚은 술), 웅가르어 세르(Ser), 달단어(타타르어) 스라(Sra)에서 흘러 내려오다 조선시대 문헌에 수울, 수을로 기록돼 수블 > 수울 > 수을 > 이 됐다고 했다. 일본어 사케()’보다는 시루(: 국물)’와 통하는 것 같다고 했다옛 일본어에서 시루는 술의 모체 누룩과 비슷하다.

 

선인들은 생활예의를 중히 여겨 비록 취하고자 마시는 술이라 하더라도 심신을 흐트러지게 하지 않았고 남에게 실례를 끼치지 않는 것이 음주의 예절이라 하여 어른께 공경의 예를 갖춰 주도(酒道)로 지켜왔다. 주도는 어른을 공경하는 데에 뜻이 있으며 젊은이와 어른 나이를 따져 연장자에게 먼저 술잔을 올려 대접한다.

 

소학에서는 어른이 술을 권할 때 일어서서 나아가 절을 하고 술잔을 받아 어른이 이를 만류할 때에야 제자리로 돌아가 술을 마실 수 있다. 어른이 들기 전에는 먼저 마실 수 없고 어른이 주는 술은 사양할 수 없다.

 

술상에서는 어른께 먼저 술잔을 권해야 한다. ‘찬물도 위ㆍ아래가 있다하여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지켰다. 어른이 주면 두 손으로 공손히 받아야 하고 어른 앞에서 함부로 술 마시는 것을 삼가, 몸을 뒤로 돌려 술잔을 가리고 마시게 했다. 어른께 술을 권할 때는 오른손으로 술병을 잡고 왼손은 오른팔 밑에 대고 옷소매 또는 옷자락이 음식에 닿지 않도록 따른다. 술을 못하는 사람은 술잔을 받으면 내버릴 것이 아니라 입술에 적시고 잔을 놓아야 한다.

 

우리나라 음주 풍속에 집에서 손님을 맞으면 가양주(家釀酒)를 내놓기도 하고 술을 사다가 손님대접을 한다. 애주가는 평소 반주(飯酒)를 하고 끼니때에 손님에게 반주상을 올리는 것은 상례다. 반주상에 앉아 주주객반(主酒客飯: 주인은 손님에게 술을 권하고 손님은 주인에게 밥을 권하며 서로 식사를 하는 일)의 다정한 식음(食飮)이 이뤄진다. 주인이 손님에게 술을 권하고, 손님은 주인에게 밥을 권하는 예절로 그만큼 손님 대접은 술을 우선으로 한다.

 

술상에 앉으면 대작해 서로 주고받는 수작(酬酌), 잔에 술을 부어 돌리는 행배(行杯)의 주례가 있다. 이때 권주잔은 반드시 비우고 되돌려주는 반배(返杯)를 한다. 반배는 가급적 빨리 이행하고 주불쌍배(酒不雙杯)자기 앞에 술잔을 둘 이상 두지 않는 것이 예절이다.

 

우리 의학으로 보면 술 많이 마신 다음 날 덜 깼을 때 해장술을 마시면 몸속에 남아 있던 독()이 자기 동료(술기운)가 오니까 맞으러 나와 속이 풀어지게 된다는 속설이 있다. 해장술은 한두 잔만 마시자. 아침부터 빈속에 해장술을 너무 마시면 이 부딪쳐 오히려 더 취하게 되어 어미애비도 몰라보게 된다.

 

술을 마시면 우리의 위장(胃腸)은 술에 있는 알코올 성분을 제일 먼저 흡수, 빈속에 술을 마시면 알코올이 빠르게 흡수된다. 빨리 마실수록 흡수되는 속도는 빨라진다. 알코올은 일종의 마취제로 몸의 감각과 중추신경계 기능을 마비시켜 졸음이 오고, 속이 메스껍고균형감각을 잃거나 의식이 일시적으로 끊어지게 된다(블랙아웃-black-out). 술을 해독하는 간()에도 무리가 간다.

 

술을 마시기 전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음식물은 일부 알코올을 흡수해 체내에 흡수되는 알코올 양을 줄여준다. 빈속에 술을 마셔야 한다면 안주와 함께 천천히 마시는 것이 좋다.


술맛이 뭔지도 모르고, 몸에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익숙해지고 습관이 되면서 술이 나도 모르게 점점 다가오고 있다.

 

보통 술이 잘 들어가거나 흔히 말하는 술빨이 잘 받는 날, 술이 달게 느껴지는 날,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 술은, 정말 무서운 친구~ 술 앞에서는 누구든 겸손했으면 한다무엇이든 적당히 즐기면 건강과 생명에 좋듯이 술은 적당히 마시면 약이 되고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이 말을 새기고 건강도 챙기는 건전한 술자리를 소망한다.

     

花看半開(화간반개) 꽃은 반쯤 피었을 때 보고

酒飮微醉(주음미취) 술은 조금 취할 만큼 마시고

此中大有佳趣(차중대유가취) 이 가운데 큰 아름다운 맛이 있느니라.

 

▲ 朴景濬 객원논설위원     ©동네정치

 

글쓴이 朴景濬 선생은 1952년생이며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진 500년 역사의 화성 구장리 ‘밀성박씨집성촌’에서 출생했고 팔탄초, 발안중, 한양공고, 한양대 기계과를 졸업했다. 술을 많이 좋아하시지만 유주무량 불급란(唯酒無量 不及亂)- 공자님의 일상생활을 기록한 논어(論語) 향당편(鄕黨篇)의 문구를 글의 제목으로 삼았다. 술에서만은 미리 정한 한계가 없되 몸가짐이 흐트러질 정도까지 마시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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