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손길 따라 써내려가는 발길, 맘길
[사돈별곡] 사돈을 만나다Ⅰ
기사입력: 2021/12/21 [17:26] 동네정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목화석풍[木花石風]

 

*문장 호흡을 위해 3회차로 나눠 게재합니다  © 동네정치

 

만나면 즐겁고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오랫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듯 어색함이 없는 사람이 있다 우리 사돈이 그런 분이다

 

5년 전 봄날 우리는 상견례로 만났다 박*석과 이*나의 부모들이 설레이는 만남을 가졌다 송도에 있는 일식집 도쿄하나(하나는 일본말로 이다)에서 첫 대면을 했다 사전 정보로 서로의 눈높이를 대충 어림잡고 만났다 사돈과 나는 주량이 비등(比等)한 사람이었다

 

상견례 자리에서 빨간소주(20.1°) 9병을 마시며 모두 어색하고 부담스러워 하는 만남을 즐겁고 유쾌하게 만났다 헤어지기 전 양꼬치 집에서 입가심으로 50° 고량주() 한병을 더하고 결혼식 때를 기약하며 사돈의 출발을 알렸다

 

두 번째 만남은 결혼식장 경기교총회관 웨딩홀 시식회 자리였다 연회장 음식맛을 보며 평가하는 자리였다 뷔페식 자리에서 이목을 고려해 소주 2병으로 입맛을 뗐다 안사돈 두 분과 예비 신랑신부는 한복 맞추러 가고 우리는 서로 잡아끌며 도청오거리 중국집 허가네 손짜장으로 향했다

 

팔보채와 양장피를 시켜놓고 낮술을 시작했다 한두 병을 잔 채워지기 바쁘게 바닥내며 빠른 속도로 주당의 면모를 과시했다 테이블 위 술병이 쌓이니 주위 시선이 의식돼 탁자 밑으로 내려놓고 태연자약 마시는 우리는 용문객잔에 나타난 무림고수, 아니 주당 고수들이었다

 

한복 맞추고 돌아오신 분들이 우리 테이블을 보고 별로 많이 안 드셨네하는데 테이블 밑에 시선이 안 가길 다행이다 계산 하는데 소주 10병이라고 하니 그때서야 그러면 그렇지하며 혀를 찬다 우리는 그렇게 사돈지정을 만들어 갔다

 

서너 차례 만나며 술이라는 매개물을 이용해 천하에 둘도 없는 좋은 친구요 가족이 되어간 것이었다 낮술에 취해 사돈끼리 부둥켜안고 자는 모습은 남들 보기에 가관이라 비쳐질지 모르나 우리는 그렇게 스스럼없는 사이가 됐다 사돈이라는 가족으로 재탄생한 것이다

 

어제 우리는 실로 2년여 만에 신축년 송년회로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으로 차일피일 미루다 올해가 가기 전 얼굴 한 번 봐야 되지 않겠냐는 절박한 마음으로 만나게 됐다 사돈끼리 무슨 송년회를 하느냐고 하시는 분들도 있으나 그건 우리 관계를 모르고 하는 말씀이다 어떻게든 건수를 만들어 만나야 할 사람들인데 코로나라는 복병으로 인해 이산가족의 아픔(?)을 안고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대로 인천에 거주하는 사돈네는 사돈네대로 만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안사돈이 꽃과 식물을 좋아 하신다 떡을 좋아한다 온갖 정보를 바탕으로 사돈집에 갈 준비를 했다 인천사돈 또한 우리가 무슨 음식을 좋아할지 어떻게 준비할지 노심초사하며 만남을 준비하셨다 토요일 저녁 인천에 가서 사돈집에서 1박하는 일정을 잡았다

 

사위와 딸이 오고 준비한 이것저것 차에 옮겨 싣고 출발한다 권명화 찹쌀떡, 추어만두 1BOX, 추어탕 몇 그릇, 서양란 화분 등 사돈 내외가 좋아하실지 모르겠다

 

낮부터 함박눈이 내리며 사방천지 눈이 쌓여 설경을 만들었다 겨울에는 눈이 있어야 겨울맛이 난다 사람 또한 만나야 사람 맛이 나지 않겠는가

 

일찍 가게문을 닫고 출발한다 네비게이션을 보니 인천 검암역까지 1시간 반 정도 소요됐다 그렇게 멀지 않은 거리인데딸이 사돈댁에 전화를 한다 오후 630분경 도착한다고 한다 그러나 쌓인 눈과 갑자기 추워진 날씨로 도로가 얼어붙어 정체가 이어진다 차량들이 서행으로 가지만 우리는 여유로이 간다 사돈 간 안부 얘기며 코로나 얘기며 가족이 차안이라는 좁은 공간에 있으니 오히려 체온과 호흡이 느껴지며 더 친밀한 시간이 된다

 

고속으로 달려가야 할 고속도로는 오히려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경인고속도로는 경인 주차장이 됐다 우리는 늦게 도착할수록 인천사돈 음식 준비 시간이 느니 그것으로 다행이라 위안을 삼으며 간다 그렇게 예상보다 1시간 이상 지체하여 사돈집에 도착한다 검암 서해그랑블 *0***01호 사돈이 반갑게 맞아준다 사돈고모 내외도 와 계시다 우리를 반긴다 2년여 만에 만나는데 엊그제 본 것처럼 정겹고 살갑다 내 집에 온 것처럼 편하다

 

오랜만에 만났으니 맞절이라도 해야 하나 우리는 손을 맞잡고 자리에 앉는다 안사돈에게 건네는 서양란의 부분 만개 꽃봉오리가 우리 감정을 대변하듯 수줍게 반가운 기분이다

 

거실에 마련된 큰 교자상 2개에 음식이 나온다 우리가 회를 좋아한다는 걸 아시고 연안부두 어시장에서 방어와 광어회를 준비한 사돈이 고맙다 거기에 사돈고모께서 준비한 육회가 화룡점정 극강의 맛을 보여준다 교자상에 진설돼 가는 꼬막무침과 갈비찜, 잡채와 코다리찜은 상다리 휘어진다는 말을 실감하게 한다 함께 자리하고 수저를 든다 소주잔을 채우고 사돈이 건배사를 한다 그렇게 2021 신축년 사돈지간 송년회 막이 올랐다

 

오늘 우리가 오기까지 학수고대하며 사돈은 시장에 다녀오시고 청소기를 돌린다 꼬막을 깐다(안사돈이 수고비로 1만 원을 주셨다고 함) 분주하게 하루를 보내셨단다

 

젓가락을 어느 곳에 대야할지 망설여지며 멈춘다 회 한점과 육회 한 젓가락, 꼬막접시로 분주히 옮겨간다 입에서 불러들이는 음식은 뉴런세포의 분주한 작동으로 오감을 충족시킨다

 

바깥사돈의 안색에 윤이 나고 건강해 보이는 것은 다 이유가 있음을 오늘 차린 음식맛을 보면서 알아차릴 수 있었다 특급 셰프의 맛이 이보다 좋을까 보냐 박씨 집안 맏며느리 그 진가가 그대로 음식에 드러난다 맛있다 사돈고모부는 특히 잡채를 좋아하신단다 최고맛 잡채를 만났으니 촛농 떨어지듯 똑똑 떨어지며 빈 접시가 쌓여간다

 

사돈은 우리가 언젠가 오게 되면 개봉하겠다고 8년 묵힌 산삼주를 내어 오신다 우리가 정말 귀한 손님으로 평가되는 기분 좋은 퍼포먼스 아닌가 그렇게 귀하디 귀한 산삼주가 몇 순배 돌며 건강 바이오 입자가 주위를 가득 채운다 산삼주는 입에 머금어 맛과 향기를 느끼며 마셔야 한다고 사돈고모는 성급하게 잔을 비우는 속도를 조정하신다

 

산삼주 잔에 취기가 돌고 끈끈한 정이 돌고 분위기가 고조돼 간다 거실을 장식하고 있는 몇 가지를 화제로 풍성해지는 이야기다 거실 정면 벽에 가훈으로 사돈이 쓰신 붓글씨 액자가 눈길을 끈다 모든 行動 內에 있다

 

계속~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포토뉴스

이전 1/24 다음
광고
주간베스트 TO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