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남양만 죽비
‘화성시민지역회의’는 과연
스스로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기사입력: 2019/10/31 [06:09] 동네정치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편집인 정대영

▲ 편집인 정대영     ©동네정치

화성시민 권역별 지역회의에 처음 참석했던 지역토박이 지인은 당시 회의 말미에 ‘참여해보니 어떠세요?’라는 내 질문에 무슨 의미인지 냄새가 난다고 했고, 최근 사퇴했다는 말을 전했다. 몇 차례 참석하지 않으니 행정관서에서 사퇴할 거냐는 전화를 해왔다고 했다.

 

30일 개최된 동탄1권역 10월 지역회의에서도 지역위원 관련 안내가 있었다. 출장소 총무팀장이 회의 시작에 앞서 “1기 지역위원 임기 종료가 다가왔다. 오늘 배부한 관련 서류에 지역위원 참석 여부를 체크 제출하면 자격이 자동 연장된다”고 설명했다.

 

그래, 벌써 1년이다. 지난해 11월 말 동탄권역 지역위원 모집 공고가 동탄지역 각 주민자치센터에 게시되고 언론사명만 달리한 채, 시의 보도자료 판박이 기사가 인터넷 공간을 어지러이 수놓았다.

 

자치분권 실현을 위해 시민이 직접 정책 결정에 참여한다고 강조한 ‘화성시민지역회의’는 급작스레 망설임 없이 추진됐다. 공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20일 서철모 화성시장과 200여 선발인원 등이 다원이음터 대강당에서 동탄권역 1차 회의를 갖고 활동에 들어갔다.

 

당시 화성시민지역회의는 지역 주요 현안에 대해 직접 토론으로 합리적인 대안을 찾고 관련 정책을 제안 ‘결정’하는 논의기구로 직접 민주주의가 강화된 새로운 지방자치모델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명시했다.

 

그러나 동탄1권역 10월 지역회의에서 서 시장은 그런 의미와는 결을 달리해 지역회의를 해석했다. 본인이 제안하고 시행에 들어갔기에 의의마저 본인 해석하기 나름이지만 뭔가 던져줬다가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것은 나만의 오해일까.

 

서 시장은 이날 동탄1권역 순환버스 노선계획(안)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분란이 계속되자 “여러분이 제안하면 제가 판단하고, 결정은 공무원들이 회의를 해서 한다. 지역회의가 시의 어떠한 정책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크게 오류를 범할 수 있다”고 단정했다. 공무원의 역할이 눈에 띄는 대목이다.

 

또 시민들이 제안을 내면 그 의견을 적극 수렴해서 판단 기준의 근거를 삼으려고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지 ‘여기서 낸 것을 100% 해야 한다’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역회의를 처음 만들 때 지역위원들의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주겠다는 의미지, 결정의 구조를 만들어준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공무원들에게 민원을 냈으나 어디까지 갔는지 알지도 못하고 내부 답변도 안 나오고 하는 상황을 해소하면서 ‘해주고 안 해주고는 들어보고 판단하자’는 자신의 개인적 의지가 지역회의를 만든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런 논리라면 연초 시민과의 대화, 이장단 회의, 관변 단체 등으로 이어지는 기존 시스템 대신 지역회의라는 소통기구를 급조해 지역 여론을 독점하려 한다는 지역회의 도입단계에서의 우려가 전혀 엉뚱한 추측은 아닌 것이 된다. 그 정도는 예전의 상황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던 수준 아닌가?

 

시장은 이날 자신이 지역회의 한 번 준비하려면 5~6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면서 참석 공무원들까지 언급했다. 현재 공무원 수와 앉아계신 분들 수가 비슷한데, 이 분들은 전부 초과근무수당 받으며 세금 쓰고 앉아 있다고… 이렇듯 엄청난 예산을 쓰면서 하는 이유는 발전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진행요원들은 이해되지만 방청석 대부분을 차지한 공무원들은 이해불가다. 이날은 비닐봉지 가득 깎아온 단감을 회의 시작에도 지들끼리 나눠먹기 바쁘다…… 일과시간을 벗어나 밤이나 주말에 있는 참석 공무원들을 보면 딱하기까지 했는데 어처구니없다)

▲ 꼭 그래야 했나?     ©정대영 기자

 

서 시장은 ‘여기에서 논의하는 방식- 뭐 하나 해결되지 않더라도 상호 논의하는 구조 만들어놓은 것이 지역회의의 가장 큰 결과물이라 보는 사람’이라고 지역회의에 대한 스스로의 입장을 정의 내렸다.

 

초창기로 돌아가 지난해 12월 20일 서 시장은 동탄권역 1차 회의 강연에서 “지역회의는 1호 공약인 시민정책배심원제 도입의 사전단계로 보면 된다. 회의를 저녁에 잡는 이유가 있다. 최대한 주민이 승복할 수 있는 시간이 언제냐에 따라, 어느 때고 결정하면 참석하겠다. 지역회의는 모든 자체를 여러분들이 결정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대한 주민이 승복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도래하지 않았는지 10월 지역회의도 36명이 최종 숫자였다. 주중 야간이나 주말에 시장 말마따나 추가근무수당까지 투입하면서 지역회의를 하는 이유를 나는 모르겠다. 시간대를 달리해도 매번 바뀌지 않는 참석자들과 적은 인원수라면 그 안건들의 포용성이나 정당성은 당연히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대학시절 읽었던 이상문학상 수상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뜬금없이 생각난다. 무소불위 엄석대의 몰락은 새로이 부임한 담임교사로부터 비롯됐다. 내부가 아닌 전지적 시점의 절대자라고나 할까? 교실과 교사를 보는 것처럼 ‘화성시민지역회의’는 알 수 없는 기울기를 가지고 있다.

 

▲     ©정대영 기자

 

▲     ©정대영 기자

 

▲     ©정대영 기자

광고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포토뉴스

이전 1/25 다음
주간베스트 TOP10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