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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만 죽비
이토록 농염(濃艷)한 청룡의 해,
‘잘나고 더 잘난 니들은 아귀다툼만 하는구나……’
기사입력: 2024/03/05 [16:26] 동네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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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정대영

▲ 편집인 정대영     ©동네정치

이 비가 되어 내린다는 우수(雨水) 절기가 지난달 19일 온종일 뿌연 안개와 함께 비를 뿌리며 지나갔고 어느덧 만물이 소생하고 겨울잠에 빠졌던 동물들도 깨어난다는 24절기의 세 번째 절기 경칩(驚蟄)을 맞았다.

 

올 한 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너무도 성급하게 꼬리를 흔들며 ‘메롱~’하고 약을 올린다. 첫째 절기 입춘이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오늘은 전국에 봄비가 내리겠다는 기상청 예보 만큼이나 물기 가득한 바람이 거리를 휩쓸고 금방이라도 울어버릴듯 하늘은 잔뜩 찌푸려 있다. 

 

올해는 갑진년(甲辰年), 육십간지의 41번째로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나 도를 깨우치면 비늘 색이 푸르게 변한다는 ‘청룡(靑龍)’의 해다. 저마다의 소원을 안고 시작한 2024년이 청룡의 해라니 뭔가 각오가 달라질 법도 한데, 무심하게도 별 볼 일 없이 묻어가는 3개월차다.

  

용은 사악함을 물리치는 벽사의 상징이자 십이지 중 유일한 상상의 동물로 정확한 생김새나 뚜렷한 기원은 알 수 없다. 다만, 중국 문헌 광아(廣雅) 익조(翼條)에 그 모습이 묘사돼 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와 비슷하다. 조화능력이 무궁무진한 오색(五色)의 변화 능력으로 작아지고자 하면 번데기처럼 작아지고 커지고자 하면 천하를 덮을 만큼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민속에서 푸른 비늘이 있는 용은 수호신이다. 풍수지리상 각 방위를 수호하는 사신 가운데 동쪽을 수호하는 가장 강력한 권위의 상징이었고, 선인들은 용이 오복을 가져온다(용수오복/ 龍輸五福)고 신앙했다. 

 

특히나 청룡이 관장하는 동방은 오행에서 나무와 봄을 의미한다고도 하니 청룡의 해에 봄비 내리는 오늘은, 온통 먹구름뿐인 국제정세 속에서 한국의 요령부득한 처지가 조금이라도 푸릇푸릇 새싹을 내미는 반전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까? 푸른 기운 하나에 기대 아무 인과관계도 없이 참 엉뚱한 문장이다. 

 

청룡이 주는 상징성 그대로 세상을 주무르는 도깨비방망이 하나쯤 손에 쥐고 있다면 가능할지 모르나, 그런 망상은 그저 웃자고 하는 농담이거나 허언증에 다름없다. 요즘 워낙 국민 편가르기 진영논리에 말도 안 되는 싸움질을 뉴스로 일상처럼 접하다 보니 혹여 죽자고 덤벼드는 부류가 있을까 무슨 말을 해도 괜스레 주눅이 드는 마음 한쪽이다. 

 

다만, 탁하고 너튜브스러운 자기류 세상에서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가~’ 꿱! 하는 심정으로 시인 한하운의 ‘개구리’ 정도는 더듬거려도 되겠지 싶어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끄적거려 본다. 

  

전국적인 영역이야 논외로 하고 410총선을 앞둔 화성지역도 우리나라 권력 서열 1위라는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 위해 출사표를 던진 총선 예비후보들의 보도자료가 몇 개월간 넘쳐났다. 

 

거센 물살을 헤치고 용문에 오른 잉어가 용이 됐다는 ‘등용문(登龍門)’ 고사처럼 출세의 상징인 용이 되겠다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용이 물 밖에 나오면 개미가 덤빈다거나 용도 개천에 떨어지면 미꾸라지가 된다고 하지 않던가. 길거리마다 대형 현수막을 빌딩에 장식하거나 메일로 이름 석 자를 보내오는 낯설고 엉뚱한 인물들을 보면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았다. 

 

그저 지켜보는 마음이라고 편할 리가 없다. 숟가락 얹으려는 마음인지는 몰라도 연고도 없고, 기여도 없고, 살아보지도 않은 ‘그 잘난 인물들’이 여야 실세와의 관계를 고리 삼거나 반짝반짝 프로필을 앞세우며 포복 각개전투로 지역 곳곳에서 자기 이름을 알렸다. 

 

그런 이들을 접하면서 나름 친하다는 지역민이나 공무원들은 쥐뿔도 모르는 내게 ‘도대체 000은 누구야? 어떤 사람이지?…’하면서 날을 세우기 일쑤였다. 지역을 얼마나 우습게 보고 자신들을 무시하면 정당의 권위를 공천으로 자기합리화하면서 이곳에 무혈입성하려 드느냐고 굉장히 억울해했다. 

 

인구 100만의 특례시 진입을 코앞에 두고 있는 시민들 입장에서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건강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는 목소리였다. ‘모를 거 같지? 아니, 나 알고 있어. 너보다 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동물농장]며 끼리끼리 널뛰기 하는 내공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는 거야’. 국가적 대의를 위하면서 백성들을 접어 보지 않는 ‘후보자들 보기’를 거대 양당이나 눈만 뜨면 생겨나는 우후죽순 정당 모두에 소곤대고 있었다. 

 

“니들 편한 대로 전략공천이니 뭐니 밀실에서 내리꽂는 거 말고. 있잖아? 그거 말이야… ×누고 뒤 구려 ‘옜다!’ 던져주는 생색내기 말고 진짜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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